[심형권 목사] 민수기 6:13-27절 묵상
성도는 이 세상 안에서 사는 자들이지만 이 세상에 속한 자들은 아닙니다.

본문
오늘 본문은 나실인 서원이 끝나는 날의 절차에 관한 것입니다. 서원의 시작부터 끝까지 쉽게 서원할 수도, 쉽게 완수할 수도 없는, 헌신과 절제, 기쁨과 감사가 요구되는 것이 나실인 서원입니다.
먼저, ‘헌물’을 준비해야 합니다. 번제물(일 년 된 흠 없는 숫양 한 마리), 속죄제물(일 년 된 흠 없는 어린 암양 한 마리), 화목제물(흠 없는 숫양 한 마리), 무교병 한 광주리, 고운 가루에 기름 섞은 과자들, 기름 바른 무교전병 등으로 드리는 소제제물과 마지막에 포도주나 독주를 붓는 ‘전제’입니다(‘전제’는 제사가 아니라 다른 제사의 제물 위에 포도주나 독주를 붓는 제사의 방식을 말합니다).
미리 준비하고 예상하지 않으면 감당하기 쉽지 않은 양입니다. 서원은 은혜에 대한 감사없이 충동적으로 할 수 없는, 신중하게 준비된 헌신의 표현인 것입니다.
둘째, 회막 문에서 서원 기간 동안 손을 대지 않았던 머리털을 밀고 그 머리털을 화목제물을 태우는 불로 태웁니다. ‘화목제물’은 히브리어로 평화를 뜻하는 ‘샬롬’에서 온 단어입니다(쉘렘). 화목제는 하나님과의 화평을 얻기 위해 드리는 제사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평화가 이루어진 것에 대한 감사의 제사입니다. 관계 회복을 위한 제사라기 보다 회복을 이룬 것을 감사하는 감사의 제사의 의미가 더 큽니다. 서원의 기간 동안 누린 하나님과의 깊은 관계와 회복의 은혜를 머리털을 화목제물과 함께 태우는 의식을 통해 고백하는 것입니다.
셋째, 화목제물로 드린 삶은 숫양의 어깨 부위와 무교병 하나, 그리고 무교전병 하나를 나실인의 두 손에 두고 제사장이 ‘요제’(흔들어 드리는 제사의 방식)로 드리고 난 후, 요제로 드린 가슴 부위와 ‘거제’(위로 올렸다 내리는 제사의 방식)로 드린 넓적다리와 함께 제사장의 몫으로 돌아가게 합니다.
서원의 기간은 절제와 헌신을 통해 자신의 죄성과 욕심을 누르고,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아야 하는 연단과 훈련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통해 더 깊은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기에 서원자의 마음에는 ‘샬롬’이 넘쳐났을 것이고, 이제 그 은혜에 대한 감사의 화목제물이 제사를 인도한 제사장들에게도 나누어지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은혜에 사로잡히게 될 때, 그로 인해 그가 속한 공동체와 많은 사람이 그 기쁨을 함께 누리게 됩니다. 내 안에 이 감사와 감격이 있는지 뒤돌아봅시다.
이 절차가 끝나면 나실인의 서원이 완성되어 다시 일상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단, 이 모든 서원을 실행함에 있어 ‘힘이 미치는 대로’, ‘서원한 대로 서원의 규례를 따라’(21절) 해야 합니다. 이 말은 ‘자신의 능력의 범위 안에서 인색함이 없이 위에 언급된 서원의 규례를 따라 최선을 다해’ 하라는 뜻입니다. 하나님의 일은 억지로가 아니라 자원하는 마음이어야 합니다. 인색함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것입니다. 사람 앞에서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해야 합니다.
22-23절은 그 유명한 구약의 축도입니다. “여호와는 네게 복을 주시고 너를 지키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의 얼굴을 네게 비추사 은혜 베푸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 얼굴을 내게로 향하여 드사 평강 주시기를 원하노라.”
‘여호와’가 세 번 반복되는 것은 삼위 하나님의 사역과 관련이 있습니다. ‘여호와’라는 이름은 성부의 이름이면서 또한 삼위 하나님의 이름입니다. 그래서 삼위일체의 하나님입니다. 성부 하나님의 ‘복’, ‘성자 하나님의 ‘은혜’, 그리고 성령 하나님의 ‘평강’… 이것이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본심이십니다.
나실인의 규례 다음에 이렇게 축복의 선언이 이어지는 것은, 하나님은 우리의 것을 강탈해 가시고, 끊임없이 의무를 지우시는 분이 아니라, 베푸시고 인도하시고 보호하시는 분이심을 보이는 것입니다. 나실인의 규례는 고행의 길이 아니라, 이 깊은 은혜를 더 깊게 경험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배려임을 발견합니다.
택함을 받아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삶은 모든 것을 금하는 고행과 슬픔의 길이 아닙니다.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이 세상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영원하신 하나님과 잇대어 살아가는 삶을 통해 배우는 길이고, 자족함과 감사가 내가 처한 상황과 상관없이 얼마나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지를 알아가는 삶입니다.
성도는 이 세상 안에서 사는 자들이지만 이 세상에 속한 자들은 아닙니다. 천국 시민권을 가지고 본국을 향해 가고 있는 나그네요 영적 나실인입니다. 우리의 서원 기간은 주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이고, 이 땅의 육신의 수고를 끝내고 영원한 나라로 부름을 받게 될 그 순간까지 입니다.
그 때까지 우리 하나님께서 신령한 ‘복’을 주시고, 다함이 없는 ‘은혜’를 베푸시며, 쇠하지 않는 ‘평강’ 가운데 인도하실 것입니다.
이 믿음과 감사가 오늘을 살아가는 이유와 힘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마라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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